
췌장 건강
혈당스파이크, 당뇨병, 췌장염 예방
와이프가 기름진 고기를 먹고 나서 등을 두들겨 달라고 할 때마다 저는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소화불량이겠거니 했는데, 오른쪽 명치 부근을 두드릴 때마다 통증을 호소하더군요. 병원에서 췌장염 진단을 받은 뒤에야 그 위치가 바로 췌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췌장은 그저 소화를 돕는 보조 장기 정도로만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우리 몸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장기였습니다.
췌장이 만드는 소화효소, 없으면 영양 흡수 자체가 불가능
췌장은 명치 뒤쪽, 위장 뒤편에 숨어 있는 길이 약 15cm, 무게 100g 정도의 작은 장기입니다. 크기는 작지만 췌장이 분비하는 췌장액에는 우리가 먹은 음식을 분해하는 강력한 소화효소가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소화효소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우리 몸이 흡수할 수 있는 작은 분자로 쪼개주는 물질을 의미합니다.
만약 췌장이 제 기능을 못 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소화와 흡수가 제대로 안 됩니다. 특히 지방 분해 효소인 리파아제가 부족하면 지방변을 보게 되고, 영양 결핍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췌장이 외분비 기관으로서 소화효소를 생산하는 공장 역할을 한다는 점은 의학계에서도 강조하는 부분입니다(출처: 대한췌담도학회).
솔직히 저도 와이프가 아프기 전까진 췌장의 중요성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췌장염을 겪고 나니, 기름진 음식 하나를 먹더라도 췌장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체감하게 되더군요.
인슐린 분비의 핵심, 췌장이 망가지면 당뇨병 직행
췌장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내분비 기관으로서 혈당 조절 호르몬을 만드는 것입니다. 췌장 내부의 베타 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혈액 속 포도당을 우리 몸의 각 세포 안으로 운반하는 택배 기사 같은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베타 세포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이라는 부위에 있는 특수 세포로, 인슐린을 생산하는 유일한 세포입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은 소변에서 당이 나오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결과일 뿐이고 본질은 혈관 질환입니다. 췌장에서 인슐린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세포가 인슐린에 저항성을 보이면 혈액 속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관에 쌓이게 됩니다. 이렇게 높아진 혈당이 혈관을 손상시키는 것이 당뇨병의 실체입니다.
2024년 기준 국내 당뇨병 환자는 약 600만 명에 달하며, 3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습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제 주변에서도 당뇨 진단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췌장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됩니다.
췌장이 약해서 당뇨가 오기도 하고, 반대로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췌장이 인슐린을 짜내느라 지쳐서 기능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저도 고기를 좋아해서 와이프랑 자주 먹었는데, 이런 식습관이 결국 췌장에 부담을 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혈당스파이크가 췌장을 괴롭히는 진짜 이유
혈당스파이크는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현상을 말합니다. 단 음료, 빵, 떡, 면 같은 정제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이 빠르게 오르는데, 이때 췌장은 비상 상황이 됩니다. 혈당을 빨리 낮추기 위해 평소보다 몇 배 많은 인슐린을 급하게 분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 매일 반복되면 췌장의 베타 세포는 쉴 틈 없이 혹사당하게 됩니다. 공장도 24시간 풀가동하면 기계가 고장나듯, 췌장도 지쳐서 쪼그라들고 지방이 끼는 이른바 '지방췌장' 상태가 됩니다. 한번 손상된 베타 세포는 재생이 거의 안 되기 때문에, 혈당스파이크를 자주 겪는 식습관은 췌장 수명을 깎아먹는 주범입니다.
일반적으로 혈당 관리는 당뇨병 환자만 신경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달리 봅니다. 당뇨병 진단을 받기 전부터 이미 췌장은 오랫동안 고생하고 있었다는 뜻이거든요. 혈당스파이크를 줄이는 것은 췌장에게 적절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는 것과 같습니다. 췌장이 덜 힘들게 일할 수 있도록 규칙적이고 적절한 양의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췌장이 제일 싫어하는 것들, 제 경험으로 확인했습니다
췌장 건강을 해치는 요인들을 순위로 매기자면, 단연 1등은 술입니다. 알코올은 췌장 세포를 직접 파괴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독성 물질로 작용합니다. 실제로 급성 췌장염 환자의 상당수가 과도한 음주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등은 액상과당이 든 단 음료입니다. 이런 음료는 흡수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췌장에 벼락 같은 충격을 줍니다. 3등은 동물성 포화지방과 튀김입니다. 기름진 음식은 소화를 위해 췌장이 과로하게 만들고, 지방췌장을 유발합니다.
저도 고기와 튀긴 음식을 좋아했습니다. 맛있으니까요. 하지만 와이프가 췌장염으로 고생하는 걸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먹을 때는 맛있지만, 항상 좋기만 한 건 없더군요. 췌장 입장에서 보면 술, 담배, 액상과당 섭취는 조금 과장하면 췌장암을 키우는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췌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빵, 떡, 면 같은 정제 탄수화물 줄이기
- 불필요한 간식, 야식, 인스턴트 음식 피하기
- 규칙적인 운동으로 인슐린 효율 높이기
- 일주일에 85~90% 정도 실천하는 지속 가능한 목표 세우기
- 술은 줄이고 담배는 끊기
이 내용이 복잡하게 느껴진다면, 그냥 초등학교 바른 생활 교과서대로 지내자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췌장은 우리 몸의 소화와 대사를 조율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입니다. 작고 깊숙이 숨어 있지만,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필수 장기입니다. 저는 와이프의 췌장염을 겪으면서 건강한 췌장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됐습니다. 소화계의 치트키 같은 존재라고나 할까요. 당장 눈앞의 혈당 수치를 낮추는 것보다, 근본적으로 췌장을 덜 힘들게 하는 것이 장기적인 건강의 핵심입니다. 저도 식습관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습니다. 건강을 빼앗기고 싶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