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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역설과 마운자로, 체중에 대한 생각을 바꾼 이야기

by 정보기부자 2026. 6. 3.

저도 한때 꽤 무리하게 살을 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목표 체중에 도달하고 나서 오히려 몸이 크게 망가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살이 좀 있어야 오래 산다"는 말, 단순한 위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생각보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입니다. 체중과 건강의 관계는 우리가 흔히 알던 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비만역설, 숫자가 말하는 불편한 진실

BMI(체질량지수)란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의료 현장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비만 판정 기준입니다. 일반적으로 BMI 18.5~25 구간을 정상 범위로 보고, 이 구간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다고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실제 대규모 역학 연구들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BMI 25~30에 해당하는 과체중 혹은 경도 비만 집단에서 오히려 생존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반복적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를 비만역설(Obesity Paradox)이라고 부릅니다. 비만역설이란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과체중이나 경도 비만인 사람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특정 질환 이후 생존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대한비만학회).

저는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암 투병을 하시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원래 체격이 좋으시고 살집도 있으셨던 아버지가, 치료를 받으시면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하시니까 몸무게가 눈에 띄게 빠졌습니다. 딱 치료 중이실 때는 보기 민망할 만큼 왜소해지셨는데, 그때 제가 느낀 건 단순히 "살이 빠졌다"가 아니라 "버티는 힘이 사라지고 있구나"였습니다.

특히 60세 이후이거나 심혈관 질환, 뇌졸중 같은 큰 질환을 겪은 이후에는 체중이 단순한 외모의 문제가 아닙니다. 회복력과 재활 과정을 버텨내는 에너지 자산에 가깝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살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이미 병이 난 몸에서 무리하게 살을 빼려 하면 회복력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말이 지금은 꽤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마운자로, 요요 — 직장 동료들이 먹기 시작하면서 느낀 것

요즘 주변을 보면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란 우리 몸이 식사 후 분비하는 인크레틴 호르몬의 작용을 흉내 내어 포만감을 높이고 혈당을 조절하는 계열의 약물입니다. 위고비, 마운자로가 대표적입니다.

제가 다니는 직장에서도 마운자로를 맞는 분들이 꽤 생겼습니다. 보름도 안 돼서 살이 눈에 보일 정도로 빠지는 분도 계셨습니다. 들어보니 조금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부르고,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특별히 배고프지 않다고 하더군요. 기존의 펜터민 계열 식욕억제제처럼 뇌를 인위적으로 각성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몸의 자연스러운 포만 신호를 증폭시키는 기전이라 부작용 프로파일 자체는 다릅니다. 여기서 펜터민이란 교감신경을 자극해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로, 혈압 상승이나 맥박 증가, 중독성 문제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마운자로도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약은 아닙니다. 마운자로와 위고비에서 보고되는 주요 부작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역·구토, 변비 등 소화기계 불편감
  • 무기력감, 전반적인 컨디션 저하
  • 드물게 급성 췌장염(Pancreatitis) 위험
  • 약을 중단할 경우 체중 재증가(요요) 가능성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GLP-1 계열 약물의 국내 허가 과정에서 췌장 관련 이상반응 모니터링을 별도로 요구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여기서 요요(체중 재증가)가 특히 중요한 변수입니다. 요요란 체중 감량 후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거나 그 이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생활 습관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약만 끊으면 누구보다 빠르게 체중이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약이 만들어주는 건 어디까지나 기회이지, 완성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이 부분은 마운자로를 맞는 분들을 보면서도 느꼈습니다. 약을 맞는 동안 식습관이나 운동 루틴이 함께 바뀌지 않으면, 결국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 건 시간문제처럼 보였습니다.

체중 말고 체력 — 두 할머니를 보면서 정리한 생각

저는 단순히 체중이 곧 체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건 제 경험에서 나온 판단입니다. 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를 보면 그 차이가 꽤 선명합니다. 친할머니는 이것저것 잘 챙겨 드시고 체격도 좋으셨는데, 큰 병이 오셨을 때 회복이 빠르고 잔병치레도 적었습니다. 반면 외할머니는 평소에 잘 안 드시고 몸이 많이 마르셨는데, 큰 병 앞에서 회복이 더디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다만 그게 단순히 체중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근골격계 근육량, 평소 식습관, 활동량,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을 겁니다. 근골격계 근육량이란 뼈에 붙어 몸을 움직이는 근육의 총량을 뜻하며, 기초대사량과 면역 기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줄면서 체중이 유지되더라도 체지방 비율이 높아지는 근감소증(Sarcopenia)이 생길 수 있고, 이 경우 겉보기 체중만으로 건강을 판단하면 오류가 생깁니다. 근감소증이란 근육량이 비정상적으로 줄어드는 상태로, 낙상 위험과 회복 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도 한 번 과하게 다이어트를 해본 경험이 있는데, 체중은 원하는 만큼 빠졌지만 체력이 확 떨어지면서 크게 아픈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몸이 유지하려는 항상성(Homeostasis) 상태를 무리하게 깨뜨린 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항상성이란 몸이 외부 환경이 변해도 내부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생리적 메커니즘입니다. 먹지 않고 에너지를 끌어쓰면 체중은 빠지지만, 그 대가로 면역 기능이나 회복력이 함께 소모됩니다.

정말 의료적으로 문제가 될 수준의 비만이 아니라면, 식습관과 운동이라는 기본기 위에서 서서히 바꾸는 게 훨씬 오래 유지된다고 봅니다. 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도 같은 쪽입니다. 결국 내 삶의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어떤 방법이든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살을 빼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만 그 전에 먼저 물어볼 것은 하나입니다. 지금 빼려는 이유가 건강 때문인지, 아니면 숫자에 대한 강박 때문인지. 몸무게 숫자 하나만 보고 건강을 판단하기에 우리 몸은 훨씬 복잡하게 설계돼 있습니다. 체중 감량을 고민 중이라면, 먼저 전문 의료진과 상담해 본인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과 관련된 결정은 반드시 의사 또는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grXlaImNtU&pp=ygUG6rG06rC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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