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중 공황발작을 경험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40%에 달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는 실감이 잘 안 됐습니다. 공황장애는 늘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 얘기였고, 저와는 먼 세계의 이야기라고 여겼으니까요.

연예인병이라는 오해, 그리고 숫자가 말하는 현실
공황장애를 '연예인병'이라고 부르는 시각이 꽤 오래 유지되어 왔습니다. 저도 그런 인식에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대중의 시선을 두려워하면서 생기는 병, 대략 그런 식으로 이해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논리 자체가 조금 이상합니다.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로 많이 알려진 건, 그들이 유독 취약해서라기보다 그 증상이 드러날 수밖에 없는 공개적인 상황에 자주 놓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일반인도 같은 증상을 겪지만, 혼자 조용히 넘기고 끝나는 것이죠.
실제 통계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21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공황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만 명을 넘어섰고, 6년 사이에 환자 수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그런데 이 수치는 병원을 실제로 찾은 사람들만 집계한 것입니다. 증상을 겪고도 '그냥 체한 것'이나 '피곤해서 그런 것'으로 넘긴 사람들까지 합산하면 경험자 비율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공황발작(Panic Attack)이란 갑작스럽게 심한 공포나 불쾌감이 밀려오면서 심계항진(두근거림), 호흡 곤란, 발한, 사지 저림, 죽을 것 같은 극도의 공포감이 동반되는 삽화를 말합니다. 여기서 심계항진이란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거나 강하게 뛰는 상태를 가리키며, 본인은 심장 이상으로 오인하기 쉽습니다. 이런 발작이 반복될 때 우리는 공황장애(Panic Disorder)로 진단하는데, 공황장애란 단발성 발작이 아니라 발작에 대한 예기불안, 즉 "또 그 증상이 올까봐" 두려워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질환입니다.
공황발작이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주요 신체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심계항진 및 흉통 (심장 이상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음)
- 호흡 곤란 및 과호흡 (과호흡이란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숨을 쉬어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지는 상태)
- 사지 저림 및 감각 이상
- 발한 및 오한
- 이인감 또는 비현실감 (이인감이란 자신이 자신의 몸 밖에서 스스로를 보는 듯한 느낌)
이 증상들이 전부 신체 반응으로만 나타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보다 응급실이나 내과를 먼저 찾습니다.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다는 결과가 나온 뒤에야 비로소 공황장애를 의심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저 역시 이 흐름을 들었을 때, 그게 정말 사람 심리를 정확히 짚은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황발작, 사실 저도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부분이 글을 쓰면서 가장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입니다. PT 발표를 앞두거나 중요한 고객사 미팅에 들어가기 직전, 식은땀이 나고 호흡이 빨라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경험을 종종 했습니다. 그때 제가 스스로에게 한 설명은 늘 비슷했습니다. "밥을 먹고 바로 들어가서 그렇지", "원래 발표 전에는 좀 긴장되는 거잖아." 그렇게 단순한 이유로 귀속시키고 넘겨버렸습니다.
그런데 공황발작의 기제를 조금 더 알고 나니, 그 증상들이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의 과활성화와 맞닿아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자율신경계란 우리가 의식적으로 제어하지 않아도 심박수, 호흡, 소화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신경계로, 교감신경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싸우거나 도망쳐라(Fight-or-Flight)'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면서 공황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가 발표 전에 겪었던 그 신체 반응들이 정확히 이 경로에 해당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공황장애를 오직 심각한 병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볼 것이냐, 아니면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기제로 작동하는 스펙트럼으로 볼 것이냐, 이 두 시각 사이에서 저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마음의 감기라는 말이 우울증에 주로 쓰이지만, 공황 증상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외 연구에서도 공황장애는 인지행동치료(CBT)와 약물치료를 병행할 경우 치료 예후가 좋은 편에 속하는 불안장애로 분류됩니다(출처: 대한불안의학회). 인지행동치료(CBT)란 잘못된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교정하는 심리치료 기법으로, 공황에 대한 예기불안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이런 걸 알고 나면,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혈압이나 혈당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듯, 자신의 정서 상태와 신체 반응도 꾸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그 반응들을 그냥 넘기지 않고 '이게 혹시 다른 신호는 아닐까' 한 번쯤 의심해보는 것만으로도 자기 이해가 달라집니다.
공황장애가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기 전에, 가볍게 시작되는 신체 신호들을 일찍 알아채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인의 증상이 걱정된다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 상담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그냥 긴장'으로 넘기는 습관을 조금씩 내려놓는 것, 그게 마음 건강을 챙기는 첫 번째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