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지를 받아들고 그냥 서랍 안에 넣어두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그랬습니다. 정기 건강검진은 매년 받으면서도 결과지를 유심히 들여다본 적이 없었는데, 채용 건강검진이라는 상황이 되자 처음으로 숫자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혈관 건강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지, 제대로 보신 적 있으신가요
매년 결과지를 받아도 "정상 범위"라는 말만 확인하고 넘겼던 분이라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을 겁니다. 솔직히 저도 정기 검진에서는 '과체중이긴 하지만 비만은 아니니까 뭐'라고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큰 이상 소견이 없으면 그냥 안도하고 넘기는 게 보통 아닐까요?
그런데 채용과 연결된 건강검진에서는 달랐습니다. 반년 전 정기 검진 결과와 나란히 놓고 비교해봤을 때, 크게 나아진 항목이 없다는 사실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마음에 걸렸던 게 혈압이었습니다. 수축기 혈압 122mmHg, 이완기 혈압 81mmHg. 여기서 수축기 혈압이란 심장이 수축하며 혈액을 내보낼 때 혈관이 받는 압력을 의미하고, 이완기 혈압은 심장이 이완되어 쉬는 순간의 압력을 말합니다. 수치 자체는 극단적으로 나쁜 게 아니었지만, 이미 정상 경계를 살짝 넘은 상태였습니다.
대한고혈압학회 기준에 따르면 수축기 혈압 120mmHg 미만, 이완기 혈압 80mmHg 미만이 정상입니다. 저는 두 수치가 모두 그 선을 미세하게 넘겨 있었습니다(출처: 대한고혈압학회). 이 정도면 아직 고혈압은 아니지만, 이른바 '전단계 고혈압'에 해당하는 구간입니다. 전단계 고혈압이란 아직 치료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지만 심혈관 질환 위험이 정상보다 높아지기 시작하는 경계 구간을 의미합니다. 노란 신호등이 켜진 것인데, 저는 그 신호등을 꽤 오랫동안 보지 못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혈관이 망가지는 건 한 번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혈관이 막힌다고 하면 콜레스테롤이 쌓인다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실제 메커니즘은 훨씬 복잡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무섭습니다.
핵심은 동맥경화(atherosclerosis)라는 과정입니다. 동맥경화란 혈관 내벽에 지방, 콜레스테롤, 염증 세포 등이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지고 굳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게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닙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라는 세 가지 요인이 오랜 시간에 걸쳐 혈관 내피세포(endothelium)에 미세한 손상을 만들고, 그 손상된 틈으로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이 파고들면서 염증 반응이 시작됩니다. 여기서 내피세포란 혈관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단층 세포막으로, 혈관 건강의 첫 번째 방어선 역할을 합니다.
고혈압은 이 내피세포에 지속적인 물리적 압력을 가합니다. 혈압이 높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혈관 자체가 상처를 반복적으로 받는 것과 같습니다. 당뇨는 여기에 대사적 손상을 더합니다.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으면 혈관 내벽의 염증 반응이 불안정해지고,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면서 혈관 환경 전체가 나빠집니다. 고지혈증은 상처 난 틈으로 들어가는 재료를 풍부하게 공급합니다. 이 셋이 동시에 작용하면 혈관은 탄력을 잃고, 내부는 점점 좁아지며, 결국 뇌혈관에서 문제가 터지면 뇌졸중, 관상동맥에서 터지면 심근경색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혈관 위험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고혈압: 혈관 내피에 반복적인 물리적 압력을 가해 손상을 유발
- 당뇨(고혈당): 혈관 내벽 염증 반응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인슐린 저항성 심화
- 고지혈증(고LDL): 손상된 혈관 내벽으로 침투하여 동맥경화 진행의 재료를 공급
- 흡연: 혈관 내피 손상을 직접 가속화하는 독립적 위험 요인
- 비만: 위 네 가지 요인을 동시에 악화시키는 복합 요인
제 공복 혈당도 이번에 다시 보니 정상 범위의 끝자락에 걸쳐 있었습니다. 수치만 보면 정상이지만, 혈압과 함께 두 개의 지표가 동시에 경계에 있다는 게 결코 가볍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과 당뇨병이 동시에 있는 경우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단독 보유 시보다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결국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평범한 숫자의 관리입니다
혈관 건강을 위해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어떤 영양제가 좋은지를 먼저 찾게 되는 게 솔직한 마음일 겁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이 주제를 깊이 들여다보면서 든 생각은, 혈관은 영양제 하나로 해결되는 기관이 아니라는 겁니다.
혈관은 일상 전체의 압력과 대사 상태를 그대로 반영하는 장기입니다. 매일 먹는 음식, 움직이는 양, 자는 시간, 스트레스 수준이 혈관에 어떤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훨씬 와닿는 말이었습니다. 반년 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던 제 수치들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으니까요.
사실 혈압이나 혈당이 정상 범위를 조금씩 넘나드는 상태가 위험한 이유는, 그 상태가 증상 없이 오래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아프지 않으니까 방치하고, 방치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혈관이 이미 상당히 손상된 뒤에야 증상이 나타납니다. 저는 채용 검진이 아니었다면 계속 그 노란 신호등을 흘려봤을 겁니다.

앞으로는 정상 범위 안에 확실하게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삼으려 합니다. 혈압은 130/80 미만, 공복 혈당은 100mg/dL 미만이라는 기준을 기준점으로 설정하고, 그 경계 근처에도 가지 않도록 관리할 생각입니다.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이 평범한 숫자들을 오래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결국 혈관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진짜 중요합니다..ㅠㅠ
혈관 건강이 걱정되신다면, 지금 당장 서랍 속 건강검진 결과지를 꺼내 한번 꼼꼼히 들여다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수치 하나하나를 제대로 읽는 것, 그게 시작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수치가 걱정되신다면 반드시 의료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grXlaImNtU&pp=ygUG6rG06rCV